지역살이 탐색과정 '강릉에서 살아보기' ①
서울에서 강릉으로 모드 전환의 첫날!
67년 만에 찾아온 가을 한파를 뚫고 여행을 출발하는 아침은 쌀쌀하지만 상쾌했다. 기차 여행은 늘 설렘을 갖게 한다.
2018년 올림픽과 함께 생긴 강릉행 KTX가 여행의 풍속을 바꾸었다. 평일임에도 기차 안은 빈자리가 없다. ‘와~ 이 사람들이 다 강릉 여행을 가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화답하듯 많은 사람이 강릉역에 내린다.
서울역에서 KTX로 1시간 50분! ‘강릉이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나.’ 실감하는 순간, 부담 없이 기차를 이용해서 강릉을 와도 되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역을 나오니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가 2018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곳임을 알려준다.
강릉역에서 우리의 목적지 국립대관령치유의 숲까지 셔틀버스로 20분 만에 도착했다. 반갑게 맞아주는 치유의 숲 직원들과 곧게 뻗은 소나무 숲은 어머니의 품과 같이 편안함을 준다. 열 체크, OR 인증, 손 소독은 어디서든 일상이 되었음을 느끼게 했다. 여행 출발부터 강릉의 도시, 숲, 사람과의 첫 만남의 설렘이 지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에너지를 충전할 점심시간이 더 기다려졌다.
멀리 소나무 숲을 바라보며 소풍 나온 듯 돗자리에 모여앉아, 국립대관령치유의숲과 치유센터 인근 주민들이 협력하여 만들었다는 솔찬도시락을 열었다. 대나무로 엮어 만든 도시락 속에 곤드레 주먹밥, 전과 나물, 솔잎 위에 감자떡, 강원도 옥수수까지 산촌의 건강한 음식이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운다. 도시락 모양, 오색 빛 음식, 건강한 맛까지, 감탄과 칭찬이 쏟아진다. 배고픔도 잊은 채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강릉을 찾은 이들에게 치유의 숲과 함께 꼭 추천하고 싶다. 맛있는 도시락 덕분에 대관령 숲길이 힘들다 해도 씩씩하게 걸을 준비가 됐다.
산림치유지도사이며 대관령 치유의 숲 민지선 대리의 인솔에 따라 대관령 숲길을 오른다. 작은 물줄기의 돌다리를 건너며 걱정, 근심, 두려움 모두 퐁당퐁당 버리고 이제는 강릉 모드 전환이다. 넓은 데크에서 예쁜 이모티콘이 그려진 나무 원반으로 몸풀기 체조를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아이고, 아이고,” 소리와 원반 떨어뜨리는 소리 등 실수로 모두에게 웃음을 주며 동심이 되어 마냥 즐겁다. “와~ 스트레스가 다 날아갔어요”, “몸이 다 풀렸어요” 하늘을 보며 소리도 질러 본다. 천연 벌레 퇴치제라는 산초나무 잎을 얼굴에 서로 붙여주고, 발길을 옮기니 그동안 굳었던 몸이 풀려서 몸이 가볍다.
이제는 2m 간격으로 침묵하며 천천히 숲과 내가 만나는 시간이다. 고개를 들면, 곧게 뻗은 소나무 사이 하늘, 그 아래 작은 나무와 꽃들... 잠깐 마스크를 벗고 숲에서의 맑은 공기를 깊숙이 마시니 머리까지 맑아졌다.
땀이 날 정도로 숲을 오르다 중턱에 잠시 머물러 편안한 쉼을 갖는다. 숲속에 잘 보관된 매트를 깔고 산림치유지도사의 지도에 따라 요가 자세로 이리저리 몸을 풀어 본다. 누워서 눈을 감는다.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가 몸과 마음을 평화로 이끈다.
소나무가 편백나무보다 피톤치드 배출량이 4배나 많다고 하니, 크게 호흡하며 피톤치드도 마셔보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명상을 통해 숲속으로 날려 보낸다. 내 안에 비워진 자리에 숲이 채워준 맑은 공기들로 건강한 몸이 되어 내려간다. 내려오는 길의 숲과 꽃, 나무가 나와 더 가깝게 느껴졌다.
금강송과 편백이 울창한 대관령치유의 숲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고 있다. 대관령을 넘은 강릉에서 살아보기를 한다면 이웃과 서로 상생하며 살라고 한다.
*** 본 글은 지역살이 기록가가 강릉에서 살아보며 담아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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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12월 출간되는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살이 가이드북 : 강릉에서 살아보기' 도서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