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재정비촉진지구 공덕재개발사업구역의 마지막 철거작업이 한창이다. 철거는 재개발사업 관련 대부분의 절차가 마무리 되었다는 뜻이다. 즉 재개발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어 조합원은 물론 일반에 까지 분양신청이 거의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현재정비촉진지구는 오래 전부터 서울시의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어 개발이 이루어졌다. 이 지역은 여의도는 물론 서울중심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특히 도로와 지하철로 둘러싸인 사통팔달의 교통환경을 갖추었다. 이런 점에서 많은 건설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실제로 실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주거단지로 변모할 것이다. 동서남북에 걸쳐 마포로, 대흥로, 서강로 및 신촌로에 둘러싸여 있고, 이대역, 대흥역, 공덕역, 아현역 및 애오개역 등 5개역과 3개 지하철노선이 있어 대중교통 또한 매우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인기 있던 ‘뉴타운’은 민간주도의 개발이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이해와 고려 없이 난개발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추진됐던 사업이다. 적정규모의 생활권역을 대상으로 하여 도시기반시설을 충분하게 확충하기 위한 종합적 도시계획사업이다. 따라서 뉴타운 사업은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비교했을 때 대상 지역이 넓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만만치 않았다. 뉴타운과 재정비촉진지구의 차이는 근거법에 있다. 뉴타운은 「서울시 지역균형발전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나, 재정비촉진지구는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진행된다.

 

 

'재정비촉진지구'는 서울시 뉴타운 사업의 활성화 및 전국화를 위해 제정한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지구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낙후된 도시 지역에 대한 주거환경개선 및 기반시설 확충하고, 도시기능 회복을 보다 광역적,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 규정에 의해 지정된 지역이다. 아현 뉴타운은 2010년 8월 19일 「도촉법」에 따라 아현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으므로 뉴타운이 아닌 재정비촉진지구로 불러야 맞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곳은 용도지역, 용적률, 세대수, 건축연면적, 층수 등의 규제가 완화되어 사업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며,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곳보다 사업이 빠르게 진행된다.

 

그렇다면 아현재정비촉진지구는 낙후된 도시지역을 개선하는 순기능만 있을까. 정비구역내에 거주하는 백승호 씨(56, 남)는 36㎡의 토지와 10㎡의 시유지 위에 작은 주택을 지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백 씨는 무슨 이유때문인지 조합원이 되지 못해 분양신청을 하지 못하고 현금청산자가 되어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다. 형편없는 보상금 때문에 스트레스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그는 “재개발사업은 돈 없는 서민을 쫓아내는 사업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거현장 옆에 우뚝 솟아 있는 주상복합상가를 가리키며 ㎡당 천만원을 훨씬 호가하나 인근에 있는 자기 토지는 수백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조합에서 제시한 보상금으로는 다른 곳에서 전세도 얻기 어렵다. 차라리 그대로 내 집에 살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 씨는 떠나야 하고 집은 곧 철거될 것이다. 화려하고 멋진 고층건물의 이면에는 서민의 눈물이 숨어 있었다.

 

공덕역 2번 출구 옆 이 지역 철거현장 위에는 옛 산업인력공단 건물에 자리 잡은 서울시의 창업허브와 서울시 복지센터 그리고 50+중부캠퍼스 등이 철거를 감시하듯 우뚝 서 있다. 이곳은 은퇴한 시니어가 인생이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창업이나 시니어의 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하는 곳이다. 서울시에서 주도하고 지원하는 일종의 시니어 플랫폼이라 할 수 있겠다. 머리가 희끗한 많은 시니어들이 철거현장을 따라 오르는 동안 고층건물 사이에서는 연기처럼 내내 먼지가 피어오른다. 이처럼 재정비촉진지구내 남아 있는 지역을 존치지구라 한다. 이 일대에서 현금청산자를 대상으로 특별행정심판을 담당하고 있는 A 행정사는 “철거하는 것보다는 남겨 놓는 것이 사회적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존치를 결정하는데 이는 사업지역 내 현금청산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개발이익을 배제하는 현금청산자와 개발이익을 고스란히 안게 되는 존치지구의 땅값은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먼지와 뙤약볕 속에서 포크레인은 거인이요 괴물이다. 포크레인에 의해 주택과 건물이 하나 둘씩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철거현장에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