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곁의 난민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님이 보내주신 책은 집에ᆢ
사무실엔 서재 비치용으로 구입한 책을 앞에 놓고 양쪽에서 읽으면 며칠이면 끝내리라 생각한 책인데 의외로 오래걸렸다ㆍ

 

한번 읽으면 내리 사연들을 다 볼수밖에 없는 흡인력을 지니고있건만  뭐가 그리 바쁜지 책 한권 손에 쥘 여유조차 없었나보다ㆍ

 

난민ᆢ

 

일곱여성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사람의 이야기이다ㆍ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최소한의 권리도 존재가 드러나는 가시성 위에 가능한 조건이라는것을 이 책에서 말한다ㆍ

 

최소한의 환대와 연대가 필요하다지만 그 이전에 이들은 그야말로 '인정'을  필요로하고 있었다ᆢ

 

동정이나 도움이 아니라 공감과 이해가 이 여성들이 원하는 권리인것이다ㆍ

 

하나하나 스토리를 읽어갈수록 점점 더 우울해질지 모른다ㆍ
이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우리사회의 차별과 두얼굴은 다소 불편하지만 직면해야 넘어갈수있는 장애이기 때문이다ㆍ

 

그래도 에코팜므 처럼 희망의 언어가 이애질때 다소 안도의 숨을 쉴수있었다ᆢ

 

서울연구원에서는 총 6권으로 기획된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이어진단다ᆢ난민여성ㆍ니트청년ㆍ가난한 예술가ㆍ아이돌연습생ㆍ특성화고 학생 ㆍ동대문의 네팔공동체ᆢ

 

아마도 이 6권 이외에 수없이 많은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가능하겠지만 그 처음 주제로 난민여성을 택한것은 이를 통해 우리의 모순을 드러내려고한것이 아닐까싶다ᆢ

 

불행히도 그리 짧은 시간안에 해결될것으로 보이지 않지만ᆢ 우리사회의 약점을 드러낼수있는 솔직함만으로도 우선은 박수치고 싶다ᆢ

 

난민여성의 경우 난민으로 인정받는것이 그 첫걸음이라는것은 어쩜 우리가 그다지 좋은사람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게한다ㆍ

 

무언가 도움을주고 문제를 해결하든것이 아니라 그저 문을 열어주고 인정하고 따뜻히 환대하는것조차 당연하거나 쉬운일이 아닌것이다ㆍ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다고해서 걱정없이 살게되는것도 아니고 정부로부터 지원받는것도 아니지만 심사를통해 난민으로 인정받는다는것은 최소한 합법적으로 머무른수있다는것을 의미하며 다시 쫒겨날지 모르는 공포로부터 안전해지는것을 뜻싼다ᆢ

 

비로소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는것이다ᆢ

 

책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ㆍ
덮는 순간까지 ᆢ

 

그래도 이 불편함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외면하는것이리라 ᆢ싶다ᆢ

 

난민여성들에게  한국에 대한 판단은 자녀들의 삶에 비추어 내리는듯했다ᆢ그리고 희생된 여성들이 또 다시 약자인 자녀가 가장 약한고리가되어 폭력으로 돌출되기도 하는 현실이 더욱 아팠다ㆍ

 

최소한의 인정과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심리적 충격을 치료하기위한 절차들ᆢ
감히 환대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의 '빗장열기' 가 이어지길 바란다ᆢ

 

빗장이 열리면 쏟아져 들어오는것은 고통이 아니라 우리가 봉인해버린 따뜻함일 것 같다는 느낌은 오버일까?

 

[문경란 이사장은 중앙일보 여성전문기자이자 논설위원이었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ㆍ서울시 인권위원장을 지냈다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