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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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우리의 언어가 생겨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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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인간의 언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생명체는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느낌’을 갖게 되었다.

자기 아닌 다른 존재를 느끼는 것은 먹이를 얻을지 아니면 자신이 먹잇감이 될지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기능이었다.

‘느낌’은 맨 처음 다른 존재의 유무를 느끼는 데서 출발해 그것의 길이와 모양, 촉감, 빛깔, 냄새, 소리 등을 느끼는 다양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경계를 총동원해 그 존재에 대한 신호를 모아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더욱 확실하게 이미지를 창조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진화의 단계는 우리가 몸 안팎의 신호를 감지하는 순간 똑같이 되풀이하여 진행되는데, 우리의 뇌는 몸 안과 밖의 모든 신호를 감지하고, 배우고, 기억하고, 통합하고, 반응하도록 조율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지를 갖도록 조작한다.

즉 우리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상상과 추론, 의사결정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갖는 이미지 즉 어떤 대상의 이미지, 그 대상이 하는 행동의 이미지, 그 대상이 우리 안에 불러일으키는 느낌의 이미지, 우리가 그 사물에 관해 품는 생각의 이미지 등이 곧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이룬다.

그리고 이 이미지와 순서를 어떤 상징 또는 기호로 바꾸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언어이다.

그러므로 언어는 모든 사물과 성질, 행동의 의미를 전달하며,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마음에 담은 것들 대부분을 서술한다.

그리고 기억으로 저장된다. 한편 이렇게 우리 마음속에서 어떤 이미지를 끊임없이 언어로 바꾸어내는 일은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놀라운 양식이 된다.

 

 

 

ㅣ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언어를 통해서 생각한다.

 

위에 적은 생각은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느낌의 진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 우리가 인간의 사고와 언어를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처럼 우리의 사고와 언어가 순차적이고 독립적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들이 존재한다.

어떤 학자는 인간의 사고와 언어가 같은 것이라고 하고, 어떤 학자는 그렇지 않으며 서로 별개인 언어와 사고가 다른 하나를 결정짓는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학자는 그 둘이 따로 생겨나지만 서로 의존적이라고 설파한다. 깊지 않은 식견으로도 인간의 사고와 언어는 서로 의존하고 결정하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확실히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사고한 것을 언어로 표현한다. 우리의 언어는 우리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만들고 규정한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우리의 사고가 달라지고, 우리의 사고에 따라 우리의 언어도 달라진다.

 

 

 

 

 

 

ㅣ우리의 언어는 곧 우리의 마음

 

우리의 뇌는 우리 몸 안팎의 신호들을 민감하게 감지해서 이미지를 만들고,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된 이미지를 끊임없이 언어로 번역하고 표현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언어는 우리가 이미지를 형성하고 생각하도록 작용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언어는 곧 우리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근본적으로 우리 생각과 마음에 어려움이 있거나 우리 마음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신체적 기능에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말을 잘하고 싶으면 먼저 생각과 마음을 풍성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확장, 응용, 창조, 정리되도록 생각의 패턴을 견고히 하고, 언어의 자원과 활용능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메시지를 음성으로 완벽하게 서술하도록 신체훈련을 해야 한다.

슬기로운 언어생활에 이르려면 이들 중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ㅣ인간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

 

누구나 생각을 가지고 말을 한다.

그 생각이라는 것을 보통 사람은 하루에 오만가지쯤 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어느 외국 철학자가 그렇게 설파해서 생긴 말이라고도 하고, 온갖 다양하고 숱한 것들을 오만가지라고 일컫는 우리말 표현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어쨌든 실제로 어느 학자가 연구를 해봤더니 보통 사람은 그보다도 많은, 하루 6만 개쯤 되는 생각을 하더라고 한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쓸데없는 것들이거나 중첩되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고 사는 우리지만 꼭 필요한 생각은 얼마나 하고 사는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 삶에서 생각이 중요한 것은 생각이 바로 우리의 마음을 이루며,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고 우리의 태도와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라는 생각의 결과물이 사람과 사람을 소통하게 하고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수적으로 언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우리는 말을 하기에 앞서 우리 생각과 마음을 풍성하게 하고 서술에 적합하도록 정리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많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은 쓸모 있는 생각을 목적에 맞도록 정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