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명 : 즐거운 6월 책모임
■ 일 시 : 2025년 6월 2일(월) 16:00~19:30 ■ 장소 : 명와 고문댁
■ 참가자 : 강성자 대표외 회원 4명
2025년 06월 02일 책읽는 풍경_엘리
도서 : 『즐거운 어른』 (2024년) by 이옥선(1948~ )
이옥선 작가는 1948년생으로 올해로 77세. 1962년생 63세인 나와는 14년 나이 차이가 난다. 진즉에 내 나이 50대 때 60대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좀 더 지혜롭게 60대를 맞이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60대인 지금 70대의 이야기는 솔깃하다.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되는구나. 저 나이에도 누릴 수 있는 게 있구나. 50대 때 60의 나이를 상상하지 못했고. 지금 60이 되어서도 70대를 그려보기 쉽지 않았는데 <즐거운 어른>은 구체적으로 70대의 나를 미리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
제목처럼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즐거운” 어른! 즐겁게 살아가는 노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즐거운 어른>을 통해 나는 ‘유언장 쓰기’를 부담감 갖지 않고 처음으로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미리 써두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있었지만 무언가 비장한 마음이 들어 미루고 있던 차에 이옥선 여사의 유쾌한(?) 유언장을 보고는 바로 적어나가 보았다.
1. 76세
‘60대 때까지는 얼굴이 늙고 주름지는 것이 그렇게 심각 하지 않았는데, 70대가 넘어가면서 *마리오네트 주름이 생긴다. 이건 확실히 어쩔 수 없는 할머니의 표상이다. 요즘 더 심각한 문제는 눈꺼풀이 밑으로 처지는 것. 이것을 두고 눈썹을 절개해서 끌어올리느냐, 처진 눈꺼풀을 자르고 쌍꺼풀 수술을 해야 하느냐를 놓고 친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참 운좋게도 그냥저냥 평탄하게 살아 온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겪었을 여러 인생살이와 이런저런 사건사고와 경제적 결핍과 허약 체질과 남편과의 불협 화음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익명으로 살 수 있었던 자유로움과 처치곤란한 재물 때문에 머리를 썩여야 할 일이 없음에도 감사한다. 나는 이제 어느 정도 자유롭다. 관습과 도덕으로부터, 또 종교와 신념으로부터, 이런저런 인간관계로부터도 거의 자유롭다. 다만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으며 지금까지 먼 길을 온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한다.’ (p.213~214)
*마리오네트 주름 ; 다들 알고 있었는지. 나는 이 용어를 이 책에서 처음 본 것 같다. (요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인데 흔한 용어나 단어들이 생소하게 여겨지는 일이 있다.) 이럴 때는 네이버에게 묻기보다 챗지피티에게 정보를 구한다. 챗지피티가 더 친절한 답변을 해준다.
나 : 마리오네트 주름이 뭐니?
ChatGPT의 답변:
마리오네트 주름은 입꼬리에서 턱선 방향으로 길게 내려가는 주름을 말해요. 이름은 인형극에서 사용하는 '마리오네트 인형'의 입 주변 선에서 유래했어요. 그 인형들은 입이 움직일 수 있도록 양쪽 입꼬리에서 아래로 선이 나 있잖아요? 그와 비슷한 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 주요 특징:
위치:입꼬리 아래에서 턱선까지 내려오는 선
형성 원인:
피부 탄력 감소
얼굴 지방 감소 및 처짐
표정 근육의 반복 사용
노화
- 마리오네트 주름이 생기면?
인상이 처지고 피곤해 보이거나, 우울해 보이는인상을 줄 수 있어요.
입꼬리가 내려가 보이기 때문에 무표정일 때도 화난 인상처럼 보일 수 있어요.
- 개선 방법:
스킨케어:콜라겐 생성 촉진 제품, 보습 집중 관리
비침습적 시술:필러, 보톡스, 고주파 시술(RF), HIFU(하이푸)
수술적 방법:리프팅 수술 등
* 필요하면 더 구체적인 관리 방법이나 시술 옵션도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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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리오네트 주름은 최근 부쩍 신경이 쓰이는 나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어보면 확연히 그 주름이 도드라져 보인다. 다른 부위보다 더 심각하다. 진지하게 시술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즐거운 어른>을 읽으면서 ‘괜찮다’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옥선 할머니도 그냥 늙어감을 선택하고 즐겁게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니 굳이 시술의 고통을 받으며 고칠 필요가 있을까. 10년 후면 외모에서도 자유로워질 텐데 말이다.
* 며칠전, 주부습진이 심해져 동네 피부과에 갔다. 의사의 테이블 유리 밑에 마리오네트 주름 시술에 관한 사진이 들어있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어떤 시술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필러’라고 했다. 마취연고를 바르고 하지만 “아프죠., 아프긴 하죠.” 한다. 9 바늘 정도를 피부에 주사한다고 한다. 부작용은요? “피부괴사, 시술후 불만족...” 무엇보다도, 아프다는 말에 더는 묻지 않았다. 아픈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없다.
2. 유언에 대하여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나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이 묘비명처럼 말하고 싶지만 이미 선점당한 상태고, 마르크스처럼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못 한 바보들이나 유언을 하는 거지 할 수도 없고, 그냥 나도 생각난 김에 한마디 하자면, 나는 내가 인생에서 해야 할 숙제는 다 했고(남편의 장례식을 끝낸 것, 뒷정리를 다한 것이 나의 제일 큰 숙제였다) 이제까지 대충 즐겁게 잘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너희도 너무 애쓰지 말고 대충(이것이 중요하다) 살고, 쾌락을 좇는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건강을 잃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한 종목의 운동을 늙어서까지 꾸준히 할 것이며 너무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도록 해라. 다행히도 재산이 많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아들딸 며느리 손자 손녀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너희는 내가 지금도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다. 나의 장례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며 화장해서 유골은 너희 아빠를 장사 지낸 것처럼 하고, 제사는 지내지 말고 그날 시간이 나면 너희끼리 좋은 장소에 모여서 맛있는 밥을 먹도록 해라. 또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너희 아빠는 꽃 피는 봄에 돌아가셨으니 나는 단풍 드는 가을에 떠나면 좋겠네. 그러면 너희는 봄가을 좋은 계절에 만날 수 있을 테니. 끝.』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건강을 잃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한 종목의 운동을 늙어서까지 꾸준히 할 것이며 너무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도록 해라.”
이 부분은 나의 딸, 아들에게도 똑같이 남겨주고 싶은 말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여행을 계획할 때는 그 나라의 미술관(특히 ‘국립’자가 붙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중심으로 여행 루트를 짤 것. 누구나 가는 유명 관광 스팟은 시간이 남아돌 때 가는 것으로 해라. 맛집은 되도록 현지인이 가는 곳으로 정해라.
그리고 이제부터 나의 유언장을 써보자. 여러 번에 걸쳐 업데이트를 하게 될 것이다.
1) 1차 유언장(2025.06.12.)
단순한 생명연장을 위한 의료처치는 절대 하지 말 것. 그러나 통증완화를 위한 치료는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만약 집에서 노쇠하여 누워있는 상태라면 곡기를 끊어 자연사할 수 있게 해라.
가장 간소한 장례식을 마련하고 화장하되, 유골의 일부를 *‘허깅트리’ 주변에 뿌려두라.
엄마가 그리울 때는 허깅트리를 중심으로 산책하거라.
*‘허깅트리’ : 굵은 몸통을 뱀처럼 이리 저리 뒤틀어 하늘 끝으로 올라간, 나의 나무라 정해 두었던 소나무가 있다. 가슴 가득 소나무 둥치를 안고 가지 끝을 올려다보는 것이 나의 산책 리츄얼이다. 딸아이가 그런 나를 보고는 그 나무를 ‘허깅트리’라고 불렀다.
너희 마음에 드는 성당을 정해서 기일에 맞추어 연미사를 드려라. (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게 하라.)
사촌 형들 호종, 동욱, 동훈, 윤미 언니와 교류하거라. 도움이 필요하면 그들에게 요청해라.
늘 행복해라. 평소에도, 너희들 어릴 적에 자주 ‘행복 지수’를 물었지. 10에서 5까지... 5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해라.
2) 2차 유언장(2025.06.13.) _1차 유언장 플러스
진숙이 보다 내가 더 일찍 죽게 되면 진숙이를 잘 돌보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는 두 손을 꼭 잡아 주고 가슴에 안아주어 편안히 눈을 감도록 하거라.
엄마의 버킷리스트들 중 하나가 너희들 어릴 때 유럽 여행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스위스 베른에서 6개월 살기였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그다음으로 아일랜드에서 6개월 어학연수를 하는 거였고. 만약 이 두 가지를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황근(아들의 별칭)이 네가 대신 엄마의 소망을 실현해 보기를 권한다.
3) 3차 유언장(2025.06.00) _계속 업데이트 될 것임
3. 이옥선 여사의 솔직담백, ‘귀여운’ 말 말 말들.
p.11
그래서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고 변명합니다. 선처 부탁드립니다.
p.30
아침에 늦게 일어나니까 하루가 짧고 밥도 두 끼밖에 못 먹는데도 배는 여전히 나와있다.
p.35
어느 나이 대건 사람은 똑같은지라 한밤중에 출출해지면 안 먹어도 좋을
스낵을 먹거나 쓸데없는 군것질을 하고는, 아침에 눈이 부어서 반쯤만 떠지고 후회를 한다.
p.38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그것을 해야 한다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말한다. 글쎄? 마지막 순간에 내가 뭘 원하게 될까? 나는 간절히 원하는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아니면 커피 한잔?
p.56
여름 한철 더울 때 쓰려고 에어컨을 일 년 내내 자리 차지하게 세워두는데, 큰 가슴을 적정 수준으로 이용하려면 에어컨보다 효율이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가슴 큰 여자의 가슴이 제대로 그 의미에 맞는 일을 수행하는 기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살아가는 동안 그것이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알 수가 없다.
p.77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이문영 교수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내막에 대해 들려주는 영상도 보았다. 나는 이 전쟁이 푸틴이 샐쭉해져서 일어난 줄 알았는데, 국경을 접한 나라끼리 해결할 수 없는 얽히고설킨 내막(돈바스, 크림 반도 등)이 참으로 복잡했다.
p.98
사실은 꿈에 정말 뭔가 심오한 게 있나 싶어 프로이트의 <꿈과 해석>과 칼 융의 집단무의식에 대한 글도 좀 읽어보았지만, 지루하기만 했지 사는 데 딱 부러지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p.150
목욕탕은 나에게 일종의 노인정이며 두세 시간 동안 핸드폰이나 다른 매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게 해준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꼭 필요한 시간이다. 혼자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과 말을 주고받고 사람들 안에서 사는 이 시간이 내겐 소중하다. 다양한 세대를 관찰할 기회를 준다.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
p.190
TV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격조 높은 다른 호칭들로는 요리사는 셰프, 제빵사는 파티세리, 미술관의 안내자는 도슨트, 그 외에도 호텔리어, 플로리스트, 바리스타, 머천다이저, 디렉터 기타 등등...... 참, 나는 왜 이렇게 유식하냐.
p.196
늙는다는 것은 불편함을 견디는 힘이 점점 약해진다는 뜻이다. 어느 순간부터 '여신발'('여자임을 포기한 신발'이 라는 못된 말로 굽이 없는 단화를 뜻한다)을 신기 시작한다. 그다음으로는 모든 종류의 보정속옷을 거부한다. 꼭 끼는 속옷을 입으면 숨통이 조이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 이 러니 S라인이 되어야 할 부분이 D라인이 되고도 불편함 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펑퍼짐한 차림을 선호하게 된다. 이로써 완전한 할머니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아니지, 백내장 수술도 하고 임플란트도 몇 개쯤 해야 그래도 할머니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그러니 늙느라고 고생도 좀 해봐야 진정 한 할머니라고 할 수 있겠다.
4. 관계에 대하여 (마지막 챕터 : 다 지나간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보니 모든 것은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다.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p.245)
이 대목을 읽고 생각에 잠겼다. 평소에 느슨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 그들 중 누군가가 갑자기 죽는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생각은 젊어서는 결코 떠올리지 않았다.) 나이 60이 넘어 여러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접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인 것이다. 가족이나 절친이 아니어도 그들의 갑작스런 죽음은 못지않게 황망할 것 같다. 가끔씩 만나 우의를 다지는 그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애틋한 존재인지. 당장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오래 오래 함께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어졌다.
5. 내가 뽑은 이옥선 여사의 핵심 키워드
....모든 인간 관계의 핵심은 결국 “의리”에 있다 하겠다. (p.90)
■ 7월 계획 : 6.30(월)~7.1(화), 강성자 대표댁(세컨 하우스) 방문
전체댓글수 (1)
김기수
풍경의 서평가 엘리님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이 아쉬웠지만, 멋진 후기글! 역시 멋집니다. 늘 성대한 환대로 맞아주시는 명와님도 멋짐, 감동, 감사함,... 폭발입니다. 작년에 방문하려던 이천에 드디어 갑니다. 2025년 ~~풍경의 가장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2025-06-19 13:5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