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하루 │ 유리알유희에서 비치코밍과 굿즈 만들기
지난해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한 "남원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이 인연이 되어 그때 만났던 분들과 강릉에서 다시 뭉쳤다. 이번에는 "강릉 살아보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거의 1년 만에 다시 보는 얼굴이 어제 본 듯 반갑다. 그만큼 남원에서의 강렬한 추억이 우리를 하나의 고리로 연결하고 있었나 보다.
오전 대관령 치유의 숲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주먹밥과 감자떡과 옥수수 등 강원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정성 가득한 친환경 도시락으로 점심을 마친 후 '강릉 살아보기’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이 진행되었다. “강릉 살아보기’는 강릉에서 체류를 원하는 도심 신중년에게 강릉의 매력과 정보를 제공하고 강릉살이를 촉진하는 사업이다. 오늘의 ‘강릉하루’ 행사가 기폭제가 되어 서울 50플러스가 강릉에서 인생 후반의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찾기를 간절히 열망해 본다.
협약식을 마치고 오후엔 참석자 희망과 관심에 따라 3개로 나뉘어 체험 행사를 진행하였다.
내가 참여한 곳은 강문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비치코밍과 로컬콘텐츠 굿즈 만들기 체험을 하는 ‘유리알 유희’라는 상점이다. 연한 흰 구름이 살포시 내려앉은 푸른 바다와 길게 뻗은 강문해수욕장의 모래사장 끝으로 경포대의 씨마크호텔이 보인다. 해수욕장은 평일이라 피서객으로 그다지 붐비지 않아 편안해 보이는 모래사장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의 모습이 정겹다.
도착한 ‘유리알 유희’는 노란색 단층 건물로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공방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게 강렬하게 시선을 끈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작은 공방엔 아기자기한 유리와 조개로 만든 액세서리 등이 진열되어 있고, 몇몇 젊은 남녀가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반갑게 맞아 주시는 대표님의 설명을 듣고 이곳의 액세서리 재료가 비치코밍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란 것 알았다. 비치코밍(beachcombing)의 사전적 의미는 ‘바다 위를 부유하다 해안선과 조류의 방향에 따라 해변에 닿은 표류물을 줍는 행위’를 뜻한다.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바다 유리를 밟아 상처를 입는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비치코밍은 이런 바다 쓰레기를 주울 뿐만 아니라 해양 투기와 오염 등에 대한 감시자 역할도 하며 주운 물건들을 수집하고 분류하여 아름다운 공예품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찾은 ‘유리알 유희’는 바닷가에 버려진 특별한 유리 조각들을 모아 작품으로 새롭게 재탄생하는 공방이다.
주워온 유리 조각은 여름철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날카롭고 뾰족한 유리조각과는 모양 자체가 다르다. 3~40년 전에 버려진 유리병 조각이 바닷물과 모래에 깎여 날카로운 모습은 사라지고 은은한 모습의 유리 조각으로 변해 만져도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직접 해안을 거닐며 이런 유리 조각들을 주워 환경도 살리고, 의미도 살리는 의미로 본인이 주워온 유리병 조각을 그 자리에서 다양한 액세서리로 만들어 준다.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살리는 공방의 제품이 더욱 의미 깊게 느껴진다.
‘강릉하루’는 이별의 시간을 알리는 듯 벌건 태양이 월하거리를 넘어가고 있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알차게 강릉을 상장하는 대관령의 울창한 숲과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글쓴이 : 신창용(50+남원에서 살아보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