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하루 │ 해설이 있는 허균. 허난설헌 인문학 산책
강릉초당의 맑은 물로 두부를 만들어 오늘 날까지 즐겨먹게 만든 초당두부의 기원은 초당 허엽이다.
허엽은 자녀인 허성, 허봉, 허난설헌, 허균과 함께 허씨 5문장가로 유명하다. 가족 모두가 천재인 것이다. 그런데 “온갖 일이 인간에게 있는 것이어서 높은 재주로도 영락(零落)하여 초망(草莽)을 떠도는구나”라며 ‘하곡집’에서 아우 허균에게 편지를 보낸 허봉의 글에 나타난 것처럼 허엽은 상주에서 객사, 아내인 허균의 모친도 감을 먹다가 여행지에서 객사, 허봉도 금강산 아래서 객사, 허균은 끔찍한 능지처참으로 처형당한다. 난설헌은 27세에 너무도 빼빼 마른 모습으로 사망했다. 연좌제로 죄를 물어 허엽의 무덤까지 파헤쳐지고, 곡성이 진동했다는 그들의 가족사는 정말이지 말을 잇지 못하게 한다. 그들의 가족사를 아픈 마음으로 감탄으로 살폈다.
유선기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허균. 허난설헌 생가 방문, 솔숲을 산책하면서, 오래된 나무를 살피면서 역사를 설명 듣고, 그 생가가 탄생하는 과정을 들었다. 20여 년간의 준비를 통한 시간과 고심과 사료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 허균. 허난설헌 생가라는 모습으로 존재함은 매우 훌륭하다. 호서각 장터라고 추정되는 장소에 서각(도서관)을 세우는 것이 유선기 대표의 소망이라고 하는데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나도 기원을 보탰다.
허씨 집안의 그들 문장가의 재조명과 역사를 만들어가는 그는 강릉을 사랑하는 사람이였다.
허난설헌 가족의 역사와 그들이 남긴 유산을 찾아내고 지키고 가꾸어내는 강릉을 연구하는 사람책인 네트피아의 유선기 대표를 만났다. 나즈막한 건물들과 아담한 집들, 역사적인 고증된 건물과 역사의 주변을 먼저 설명하며, 현재를 이야기하는 긴 머리의 멋진 중년인 그와 함께한 서너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덕분에 영주가 아닌 강릉의 영빈관 배흘림기둥을 안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의 사무실을 방문, 책으로 빼곡히 산처럼 쌓인 책들과 자료에 또 감탄했다.
강릉에서 3대는 살아야 강릉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5대째 살고있는 자신은 강릉인이 맞다며 사람 좋게 너털웃음을 쏘아댔다. 연로하신 어머니와 풀을 뽑고 ‘벌거지’를 잡고, 어머니와 함께 사투리 대회에 나가 수상도 했다는 그는 농사를 짓고, 학생들의 창업을 돕고, 사회적경제 영역 현장을 찾아가며 비전을 만드는 네트피아를 30대에 시작하여 20년이 넘도록 지역을 위해 일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불세출의 천재들이 태어난 곳, 철학자 율곡이 난 곳, 강릉을 철학으로 다시 일으켜가야 한다는 소신을 이야기했다.
누군가의 노력의 결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패스파인더 김만희 대표는 지역 간과 세대 간의 격차와 50+ 세대의 역할을 이야기했고, 유선기 대표는 청년들을 위한 내려 놓음과 일자리에 관한 고민과 더불어 서로를 돕는 인생 성찰이 필요하다는 폭넓은 고민들을 이야기했다. 강릉을 사랑하고 역사를 일구어내는 사람이 있고, 문화가 있고, 지역을 살리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과 더불어 환대 정서를 채택한 강릉에서 살아보기는 이제 시작이다.
글쓴이 : 김해숙(50+남원에서 살아보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