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여기서?" 지난 20일 오전 찾아간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50+센터)'. 종로3가역 3번 출구로 나와 1분 정도 걷다 보면 왼편 구석에 어두침침한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8층짜리 건물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5060 세대의 '인생 후반전'을 돕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센터를 찾은 분들의 표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로 듣고 나서야 "여기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올 겨울 첫 한파에 평일 이른 시간이라 한적할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은 엇나갔다. 전문교육 프로그램과 생애설계상담, 커뮤니티 모임 등이 이뤄지는 2층 '배움터' 공간은 인생 후반을 준비하려는 중장년층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이상욱씨(53)는 "이곳은 단순히 인생 이모작 지원을 넘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한 곳"이라고 말했다. S사 자동차회사 판매지점장이었던 이 씨는 지난 2014년 회사 방침에 따라 조기퇴직을 했다.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일자리가 사라진 후의 삶은 막막함, 그자체였다. 이 씨는 "일과 가족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나에게 퇴직은 사형선고와 같았다"며 "갑자기 늘어난 가족과의 시간도 부담스러워 밖에 나가 친구들과 술만 마셨다"고 퇴직 후인 당시 상황과 심경을 털어놨다. 

그런 이 씨에게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권한 것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아내 황 모씨(51)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무언가를 시도하다 보면 퇴직 후의 삶도 얼마든지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씨를 독려했다. 

이 씨가 센터에서 처음 접한 프로그램은 '인생설계아카데미'. 제2인생설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 퇴직자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이 씨는 이 곳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30여 명의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해 현재 이들과 '한양길라잡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한양길라잡이'는 옛 한양의 유적과 이에 얽힌 이야기를 탐방·연구하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다. 뿐만 아니라 이 씨는 평소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쌓은 역사와 유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센터 내 '열린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문화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일과 나, 내 가족과 같이 좁은 틀에 갇혀 살아왔던 나에게 이모작지원센터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곳"이라며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가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내가 기여할 수 있음에 기쁘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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