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더함플러스협동조합 시니어 공동체주거 이야기 - 09 "함께 산다는 것"
2013년 경으로 기억이 난다. 그날은 어머니 친구분들이 우리 집에 모이셨다.
어른들은 그렇게 수시로 서로의 집을 방문하여 모여 노셨다.
그렇게 모여 음식도 나누시고, 주로 간단한 게임을 하셨다.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치매예방에도 좋다며.
그날 외근 일정이 일찍 끝난 나는 바로 귀가를 하였고
거실에서 어머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워낙 자주 어울리는 것을 알기에 나는 별 생각없이 인사삼아 말씀을 드렸다....
"이렇게 자주 만나시는데 한 집에서 함께 사시면 참 좋겠어요~"
그 말을 들은 어르신들의 반응은
"그게 가능하기나 한 소리야?"
"난 이 사람과 못살아~ 나나 되니까 어울리지, 안그래?"
이와 같이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 같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어머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나중에 어머님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전에 우연히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그날의 분위기는
"10년만 젊었으면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보고 싶다"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자식보다 가까운 사이가 친구다"
"모르는 남이라면 어렵겠지만 우리 친구들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외롭지 않고 얼마나 좋아"
"자기하고는 성격 안 맞아서 안돼~"
"지지고 볶고 다투더라도 혼자보다 낫지 않아?"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결론은...
"이젠 너무 늦었어, 지금 함께 산다면 서로에게 짐만 될뿐이야"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어..."
이후로 어머님들의 모임은 점점 빈도가 줄어들었고
한명, 한명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이 늘어갔다.
그렇다. 어머님들은 이미 아셨다.
함께 사시기에 너무 늦었다는 것을.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각 개인은 충분히 독립적이어야 하며,
경제적 비경제적 교환가치가 있어야 한다.
즉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을 만큼
건강하고 삶에 필요한 것을 서로 나눌 수 있어야 하며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하여야 하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자녀들의 동의와 지지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