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치매안심센터 김자은 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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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저하 어머니를 모신다는 이유로 용산구 치매안심센터(https://yongsan.seouldementia.or.kr) 김자은 팀장 인터뷰를 자원했다. 장맛비를 맞으며 찾은 용산구청은 차를 타고 지나칠 때보다 위용이 대단했다. 코로나19 때문에 2층 민원실 입구만 문을 열어, 체온을 재고 기록한 이들만 입장시키니, 디스토피아 영화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지하에 있지만, 좋은 시설과 청결 유지로 밝은 분위기였다. 김자은 팀장님과의 인터뷰 장소인 치매 가족 힐링 카페는 말 그대로 치매 가족을 위한 쉼터로, 자동으로 자외선 소독이 되는 깨끗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약초방에서 쉴 수 있고, 온열 테라피도 할 수 있다.
스마트 시니어 IT 체험존
다섯 가지 첨단 시설/기기를 갖춘 스마트 시니어 IT 체험존 기능도 겸한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영화관에서 자동 주문하고 영수증 받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키오스크부터 음성으로 TV를 켜고 홈쇼핑, 유튜브 감상, 로봇 청소기 작동, 집안 조명을 켜고 끄기 등이 가능한 AI(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까지. 게임형 재활 훈련 치매 예방 서비스인 Super VR(가상현실)로는 멋진 풍경 그림을 보며 명상에 빠질 수 있다.
내가 그린 물고기 그림을 스캔해 커다란 TV 화면에 띄우면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는 AR(증강현실).
네이버에 기반을 둔 알파미니사의 AI 반려 로봇은 업어오고 싶었다. 약 25cm의 귀여운 아기 외모로 날씨, 코로나19 현황, 맛집 등을 알려주고, CCTV와 알람 기능에, 푸쉬 업 등의 장기 자랑도 하며, 사진을 찍어 모바일 폰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말하는 이를 향해 얼굴을 돌리고, 곤란한 표정도 짓고, 넘어지면 “주인님 도와주세요.”라고 하는 등, 살아있는 인형 같다. 일본에서 유치원생 크기의 안드로이드 로봇을 보고 “나이 들면 꼭 로봇과 살아야지.” 했었는데, 이처럼 빨리 사랑스러운 반려 로봇이 나오다니, 신난다.
체험 공간을 만든 건 어르신들이 디지털 시대에 소외되지 않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어르신을 모시는 50+ 세대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남에게 사용법을 가르칠 수 있어야 IT 기기가 어르신의 진정한 벗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기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김자은 팀장: 서울 25개 구에 하나씩 있고, 전국적으로는 256개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가 있습니다. 센터는 치매의 조기 발견을 제일 중요시합니다. 60살부터 무료 검사가 가능한 데요, 어르신도 자식들도 의외로 소극적이라 치매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치매 발견 대상자를 정밀 검사하고 신경 심리 검사를 합니다. 서울의 경우 센터장을 신경과나 정신과 전문의가 맡고 있고, 치매안심센터에서 진단까지 이루어집니다. 이후 병원에 방문해 치매 원인을 확인하고, 치매 치료약을 처방받습니다. 그 외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정기 요양 서비스 안내를 해드립니다. 장기 요양 등급을 받지 않았더라도 3-6개월 단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수 있고, 가족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여기까지가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이라 하겠습니다. 더 진행된 분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지요.
Q.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파견하는 건강 코디네이터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A. 김자은 팀장: 5년째, 70-80명을 뽑아 교육한 후 기관별로 파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용산구치매안심센터에는 20여 분이 오십니다. 화요일마다 재교육 시켜 어르신 가정에 2인 1조로 파견합니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제작한 인지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뿐만 아니라 우리 센터 직원과 같은 마음이 될 수 있도록 센터가 추구하는 바에 맞는 교육도 합니다. AI 스피커, 로봇 등을 가지고 센터에 못 오시는 어르신 댁을 방문해 인지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혼자 지내거나 외출이 어려워 우울한 어르신이 많은데, 건강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이 방문하니 무척 좋아하시죠. 스마트 폰을 위한 교육만 해도 가족보다 남들이 가르쳐주는 게 훨씬 능률적입니다. 치매에 걸리거나 인지 저하인 어르신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돌보는 역할을 건강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이 해 주시는 겁니다.
Q. 저도 인지 저하 어머님을 모시고 있습니다만, 앞으로가 걱정인데요.
A. 김자은 팀장: 사회랑 자주 접촉하도록,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하도록 해주세요. 저의 어머니는 치매가 아니십니다만, 카페에서 커피 주문 시 어머니가 도맡아 주문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주문 순서를 가르쳐 드리면 그대로 해보고 즐거워하십니다. 치매 어르신의 현 단계 이후도 예측해야 하는데요. 어느 날 밥 숟가락질을 못 한다, 그건 도구 사용을 못 하는 단계가 된 거지요. 가족 모두가 이런 증상들을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가족 간에도 업무 분담을 해서 한 사람이 짐을 다 져서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책으로는 농부 전희식 선생님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 치유 기록인 「똥꽃」을 권합니다.
Q. 50+ 세대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요?
A. 김자은 팀장: 치매 어르신을 둔 가족, 보호자들 자조 모임이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중심으로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https://seoul.nid.or.kr)와 25개 자치구 치매안심센터에서도 ‘천만시민 기억친구 프로젝트’를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을 도와주고는 있습니다만, 50+ 세대와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나서는 게 가장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개개인이 치매 부모님 모시는 데 필요한 정보 알아보기, 건의하기 등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나 혼자 경험으로 끝내지 말고, 유방암 환자 모임처럼 같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모여 멘토 역할도 하고, 기저귀 공동 구매를 한다든가, 치매 가족 자조 모임을 하면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치매 관련 영화를 보며 공부도 하고 함께 여행하며 치유도 하고. 치매 어르신의 권리,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요. 민간 자조 협회가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은퇴해서 자유로운 분들이 나서서 치매 어르신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돌봄 가정이 쓰러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 자원 봉사도 해서, 우리 모두 나이 들었을 때 양질의 서비스를 받는 데 일조하면 좋겠습니다. 그걸 가장 잘해주실 분들이 지금 50+ 세대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아닐까 합니다. 충격 완화 세대가 될 수 있습니다.
Q.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지요.
A. 김자은 팀장: 물론입니다. 의식 개혁이 필요합니다. 치매 안심 마을처럼, 동네 사람과 동네 가게 모두가 서로를 돌보고 도움받는 것이 이상적이지요. 똑같은 물건을 자꾸 사는 어르신이 계시다면 이상하다 생각하고 가족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이웃 간에 서로 알고 지내며 관심 갖고 주변을 돌본다면 든든한 보험 든 거나 다름없지요. 치매 관련 기관 등에 기부하는 문화도 생기면 좋겠습니다. 공공 후견인 제도도 생각해봐야 하구요. 치매 국가 책임제이지만, 국가에서 모든 것을 다 해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모두 내 일처럼 관심 가지면 좋겠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서로 돌보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키 큰 초록의 연밥이 놓인 청결한 카페를 나와 복도를 둘러본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는 분들 작품이 예쁘게 단장되어 걸려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치매가 있어도 안심" 역시 공부가 최고다.